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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유영번역상 수상소감
admin  (2019-12-01 22:21:23, Hit : 38, Vote : 0)
    제13회 유영번역상 수상 소감

장성주

 

() 유영 선생님께서는 저서 『동서 문학의 미학적 인식』(연세대학교 출판부, 1994)에 이렇게 적으셨습니다. “동과 서 혹은 혈색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는 역시 인간 심리의 표층(表層) 구조에서 오는 잔물결에 불과할 뿐 심층(深層) 구조에 잠재해 있는 인간 정신은 동일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인류는 한 뿌리에서 나온 가지와 잎에 지나지 않는다. 더듬어서 올라가면 누구고 한 뿌리에 이를 것은 분명하다고 해도 좋겠다. 즉 한 뿌리에서 돋은 가지에서 동양 서양 혹은 인종 등의 차별이 생긴 것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종이 동물원』을 쓴 켄 리우 씨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커다란 가지가 하나로 합쳐져서 생겨난 가지입니다. 중국에서 태어나 열한 살에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영문학을 전공한 문학도이자, 프로그래머인 동시에, 변호사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정체성을 지닌 작가는 자신이 타고난 동아시아 문화권의 역사와 언어와 전설을, 호메로스부터 밀턴,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테네시 윌리엄스에 이르는 작가들에게서 배운 서양적 글쓰기의 전통 속에서 소설로 형상화했습니다. 여기에 SF와 판타지의 기법을 적극 활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든 보기 드문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만약 유영 선생님께서 켄 리우 씨의 이러한 시도를 보셨다면 어땠을지, 이 또한 찬찬히 더듬어서 올라가면 한 뿌리에 이르는 것이라고 생각하셨을지, 지금은 여쭤볼 수 없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런 한편으로 번역에 얽힌 소회를 조금 털어놓자면, 이제껏 옮겼던 다른 책들과 달리 『종이 동물원』을 번역하는 시간은 저에게 순수한 즐거움이었습니다. 동아시아 역사를 배우며 중국어를 공부하고, 나중에는 일본어를 공부해서 일본 책을 번역하고, 영미권의 SF를 편집하고 또 번역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제가 지금까지 해온 공부와 일과 경험,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이 책을 번역하기 위한 준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에게 『종이 동물원』은 전에 없이 각별한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받은 유영번역상이 저에게는 더욱 뜻깊은 격려입니다.

그러나 번역이 책이 되는 것은 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조판에서 제작, 영업에 이르는 기나긴 과정에서 수고해 주시는 모든 출판 노동자 분들께는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그중에서도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든든한 편집자이신 황금가지 출판사의 김준혁 주간님, 기호의 나열이던 번역 원고를 「종이 동물원」에 나오는 종이접기 동물들처럼 멋지게 책으로 변신시켜 주신 김다희 북디자이너님, 이렇게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책을 만드는 일 자체가 저에게는 무엇보다 큰 영광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는 작가의 책을 몇 권이나 계약하도록 믿고 지원해 주신, 황금가지와 민음사의 공동 대표이신 박근섭 대표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켄 리우 씨는 소설가이면서 실은 훌륭한 번역가이기도 합니다. 젊은 중국 작가들의 책을 영어로 번역하여 소개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온 번역가이기에, 번역을 향한 애정 또한 각별합니다. 마침 『종이 동물원』의 머리말에 그 마음이 잘 드러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인용하며 소감을 끝맺고자 합니다. “모든 의사소통의 행위는 번역이라는 기적이다. (…) 내 사유가 문명의 미로를 지나 당신의 정신에 닿는 기나긴 여정에서 번역을 거치며 아무리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해도, 나는 당신이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리라 믿고, 당신은 당신이 나를 진정으로 이해한다고 믿는다. 우리 정신은 어떻게든 서로에게 닿는다. 비록 짧고 불완전할지라도. (…) 우리는 그런 기적을 바라며 산다.”

정신과 정신이 부디 잃어버리는 것 없이 서로 닿기를 기원하며 인도하는 길잡이가 바로 번역가일 것입니다. 저 또한 그 길잡이 가운데 한 명으로서 오늘 받은 유영번역상에 걸맞은 번역을, 앞으로도 힘껏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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