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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窓) 밖에 있거든 두다리라 - 유영 선생님의 윤동주 시인 추도시

admin (2017-05-08 12:31:34, Hit : 784, Vote : 52)

창(窓) 밖에 있거든 두다리라
  -동주(東柱) · 몽규(夢奎) 두 영(靈)을 부른다-
                                                                유 영(柳玲)
동주(東柱)야 몽규(夢奎)야
너와 즐겨 외우고
너와 즐겨 울던
삼불(三不)이도 병욱(炳昱)이도
그리고 처중(處重)이도……
아니 네 노래 한 구절 흉내에도 땀 빼던 영(玲)이도 여기 와 있다.
차디찬 하숙방(下宿房)에
한술 밥을 노느며
시(詩)와 조선(朝鮮)과 인민(人民)을 말하던
시(詩)와 조선(朝鮮)과 인민(人民)과 죽엄을 같이하려던
네 벗들이
여기 와 기다린 지 오래다.

창(窓)  밖에 있거든 두다리라.
동주(東柱)야 몽규(夢奎)야
너를 쫓아 바람곧이 만주(滿州)에 낳게 하고
너로 하여금 그늘 밑에, 숨어 시(詩)를 쓰게 하고
너를 잡아 이역(異域) 옥창(獄窓)에 눕게 한
너와 나와 이를 갈던 악마(惡魔) 또한 물러가
게다 소리 하까마 칼자루에 빠가고라 소리마저 사라졌다.

너와 함께 즐겨 거닐다
한 잔 차에 시름 띠어
뭉킨 가슴 풀어보던
여기가 바로 다방(茶房) 허리웉이다.
그렇다 피의 분출(噴出)을 가다듬어
원수(怨讎)의 이빨을 빼려다
급기야 강아지 발톱에 찢긴
여기가 바로 다방(茶房).

나는 믿지 않는다 믿지 못한다.
네 없음을 말해야 할 이 자리란
금시 너의는 원앙(鴛鴦)새 모양 발을 맞추어
항시(恒時) 잊지 않던 미소(微笑)를 들고
너는 우리 자리에 손을 내밀 것이다.

창(窓) 밖에 있거든 두다리라.
그리고 소리쳐 대답(對答)하라.

모진 바람에도 거세지 않은 네 용정(龍井) 사투리와
고요한 봄물결과 같이
또 오월(五月)하늘 비단을 찢는 꾀꼬리 소리와 같이
어여쁘던 네 노래를 기다린 지 이미 삼 년(三年).
시언하게 원수(怨讎)도 못 갚은 채 새원수에 쫓기는
울줄도 모르는 어리석은 네 벗들이
다시금 웨쳐 네 이름 부르노니

아는가 모르는가
“동주(東柱)야! 몽규(夢奎)야!”

1947.2.16.

* 이 시는 1948년 1월30일 정음사 발행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린 그대로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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