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부터 미국에 살며 저는 두 언어를 일상에서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것들을 뜻대로 다스린다기보다는, 오히려 언어의 간극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줄다리기처럼 가해지는 힘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간단한 생활 용어부터 추상적인 관념과 감정까지, 한 언어로는 생각나는 것이 다른 언어로 전환되지 않거나, 적확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차라리 입을 다물고 마는 순간들이 수두룩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답답한 순간들이 있었기에 때로는 오랜 고민을 통해, 때로는 순전히 우연으로, 알맞은 단어를 찾거나 참신한 표현을 떠올려 두 언어와 문화 사이에 다리를 놓은 듯한 기쁨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일상에서의 번역과 달리 출판물, 특히 문학의 번역에서는 이 다리가 저뿐만 아니라 누구나 믿고 건널 수 있을 만큼 견고해야 하며,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실패를 통해 배워나가고 있는 제게 이런 과분한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역서가 출간될 때마다 구해 읽고 많은 것을 배우는 선배님들의 이름 뒤에 제 이름을 올린다는 사실은 아직도 좀처럼 믿기지 않는 영광입니다.
무엇보다, 제게 너무나도 큰 울림을 준 작품인 『셔기 베인』으로 이 상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작가가 영혼을 바쳐 집필한 작품에 폐를 끼쳤을까봐 가슴 졸이던 불안감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것과 비슷한 워싱턴주의 잿빛 비구름 아래서, 이야기에 고유의 맛과 색을 입힌 글래스고 방언을 경험하고 조금이라도 구현해보고자 각종 관련 다큐멘터리와 텔레비전쇼를 보며 번역하던 날들이 기억납니다. 가져온 것보다 잃어버린 것이 더 많을 터이고, 앞으로도 늘 부족하겠지만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상은 경험도 실력도 부족한 제게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와 채찍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딛고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을 써주었으며 여러 질문에 성심껏 답해준 작가와 출간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 그리고 번역가로서 계속해서 나아갈 용기를 준 유영학술재단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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